'염화시중'이란 석가모니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대중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던 중에 깨달음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문득 연꽃 한 송이를 들어 올린 행위를 말한다.
부처의 그 행동에 반응을 보인 이는 그 많은 인물 중에 제자인 마하가섭이었다고 한다. 그 웃음을 반영해서 염화시중을 다른 말로 '염화미소'라고 이르기도 한다.
이심전심이나 염화시중 모두 같은 궤에 있으며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염화시중이란 내 의중을 상대방이 완벽히 꿰뚫어 봤을 때 하는 말이다.
부처가 있던 그 자리는 세상에 설법을 알리는 자리였다. 다소 어려운 법문을 이해하는 가섭의 반응은 무척 반가웠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어설피 알 때는 염화시중이라는 말을 감히 쓸 수 없다. 부처의 설법을 완전히 이해한 마하가섭 같은 제자에게 붙일 수 있는 명칭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내가 표현한 의사나 뜻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가 궁금할 때가 많다.
진의가 왜곡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고 상대방이 오해할까 저어하는 마음도 있다. 내 뜻을 상대방이 이해하면 ‘참뜻’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한다.
하지만 전달을 하는 내 뜻이 전부 이해되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내가 한 말 때문에 분란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론 원치 않던 소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했는가가 관심사가 될 때가 많다. 특히 그 사안이 중요하고 비중이 클수록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원하게 된다.
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알아요”라고 큰 소리로 응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리 고맙지 않다.
염화시중의 논리는 세상사에서 큰소리로 답하지 못할 상황이 많다는 점을 말해준다. 내 뜻을 조용히 알고 있다는 표시를 해주기를 원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내 진의를 안다고 요란하게 떠벌리거나 어떤 뜻이 합치한다고 세상을 향해 외쳐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저 마하가섭처럼 조용히 웃어 주기만 하면 되는데 요즘 세상은 이 정도로 만족 못한다.
매사 하드코어에 길들어진 세상에서 싱거운 답변은 '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음이 워낙 상실된 시대이기 때문에 '웃는 행위'로 진실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염화시중은 고도의 약속이며 실천의지이다. 가장 좋은 알림은 내 진의를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줄 때이다. 우리 모두 그것을 원하고 바란다.
기어코 어떤 것을 바닥까지 확인하려 하는 것은 하수의 도리이다. 세상사를 겪다보면 어떤 대상은 모르고 넘어가야할 사안들도 많다.
추상적인 뜻으로 있을 때와 말이라는 형식을 갖춰 나올 때는 그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노자는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라는 말을 했다.
도가 항상 그러한 도가 아니라는 말은 진의라는 것이 세상에 드러내면 달라지는 것에 대한 경계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경구이다.
내가 나의 뜻을 전한 사람과 나의 관계는 이해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순간적이든 영구적이든 간에 어쨌든 관계가 싹 튼 것이다.
드러나서 안될 사항들이 들어 났을 때 제3자가 발끈할 수 있는 사항을 나와 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하고 있을 줄도 모른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대화 채널이 열렸다. 이 시점 무엇보다 '진실된 소통'이 중요 할 때이다.
북한의 대화제의에 우리는 어쩌면 팔이 아플 정도로 연꽃을 들어 올리며 미소로 답해주는 친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염화시중은 단순히 말하면 소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염화시중은 선문답이 아닌 신뢰다.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닌 '이해도'다. 불행을 겪지 않기 위해선 싱싱하고 좋은 꽃을 들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