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명 이상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학교급식 식중독 대란은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제조하고 풀무원푸드머스가 유통한 초코케이크로 최종 판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교육부,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당국은 최근 발생한 급식소 대규모 식중독 발생 원인으로 식품제조업체 더블유원에프엔비의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에서 분리한 살모넬라균이 최종 병원체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역학조사 결과 환자 가검물과 학교 보존식, 납품예정인 완제품, 원료인 난백액에서 모두 동일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유전자 지문 유형도 동일한 형태로 일치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식중독 대란으로 인한 의심환자 수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전북이 13개교(700명), 부산 10개교(626명), 경남 13개(279명), 대구 5개(195명), 경북 5개(180명), 충북 4개(122명), 경기 1개(31명), 광주 1개(31명), 전남 1개(15명), 제주 1개(13명), 울산 2개(11명), 대전 1개(4명) 등 총 2207명으로 집계됐다.
문제가 된 제품이 공급된 급식 시설은 총 190개로 학교는 175개교, 유치원 2개, 사업장 12개, 지역아동센터 1개다.
풀무원푸드머스는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 확장되자 사과문을 발표하며 피해자의 병원 치료비 전액과 피해 학교의 단체급식 중단에 따른 보상에 나서며 사태 수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풀무원그룹의 성장 동력이자 캐치프레이즈였던 ‘바른 먹거리’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는 안팎의 견해다.
일각에서는 풀무원푸드머스의 사과문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식자재유통을 주 사업분야로 하는 풀무원푸드머스는 각종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을 취급하고 있고 해당 제품은 모두 자사 브랜드인 ‘바른선’을 달고 있다. OEM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제조사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사실상 해당 제품에 대한 관리와 전반적인 유통은 주문자가 책임이 더 크다는 업계 통념이다. 더욱이 바른선이란 브랜드를 직접 달고 있기 때문에 풀무원이 해당 제품에 대한 관리 소홀을 인정해야한다는 인식이다.
그럼에도 풀무원은 사과문에 더블유원에프엔비의 실명과 소재지를 거론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사과문에는 “해당 제품은 식품제조업체인 ㈜더블유원에프엔비(경기도 고양시 소재)가 지난 8월말 생산한 제품 중 일부로 저희 회사는 식약처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고객 여러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통 중인 제품을 자진 회수하고 판매중단 조치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급식업계의 지각변동도 예고하고 있다. 국내 급식업계는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현대그린푸드 등의 6대 대기업군과 동원홈푸드, 풀무원푸드앤컬처(구 이씨엠디), 후니드, 아라마크 등의 4대 중견기업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이중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중견기업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식자재유통을 담당하는 푸드머스의 볼륨까지 더한다면 대기업군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상당한 매출 비중이다.
풀무원푸드머스와 풀무원푸드앤컬처는 그동안 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브랜드의 높은 인지도에 힘입어 학교 급식을 위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의 영유아 급식, 공공기관, 산업체 등으로 영역을 활발히 넓히는 중이었다. 급식업계가 전반적인 시장 포화와 출혈 경쟁, 낮은 식단가 등 이익 창출이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도 바른 먹거리 이미지를 등에 업은 두 업체는 상승 곡선을 이어갔던 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자재유통과 급식에서 위생 관리 소홀이 얼마만큼의 파장을 가져다주는지 그동안 숱하게 봐왔다”며 “특히 정직함과 신뢰를 내세워 성장한 풀무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진정성을 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며 수습 여하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날 것”이라며 “OEM 제품이 워낙 많다보니 관리가 어려워지게 된 것은 아닌지 전반적인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