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상장사들이 보유한 현금이 250조 원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0대 그룹들이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거나 채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18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95곳의 지난해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연결기준 현금보유액은 총 248조383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회계연도 연결기준 현금보유액 221조3050억 원보다 12.2% 증가한 액수입니다. 연결기준 현금보유액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현금화가 쉬운 단기금융 상품 등을 합친 금액을 말합니다.
1위는 삼성그룹입니다. 연결 현금보유액은 125조39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의 연결 현금보유액이 104조2140억 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주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 최초로 연결 현금보유액이 100조 원을 넘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만 매출 1등 공신인 반도체 분야에서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어 올해 실적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위는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연결 현금보유액은 42조7980억 원입니다. 이는 전년보다 4990억 원(1.2%) 늘어난 액수입니다.
3위는 SK그룹입니다. 연결 현금보유액 28조5500억 원으로 9780억 원(3.5%)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좋은 실적이 뒷받침했습니다.
4위부터는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한화그룹, 농협, 현대중공업 순입니다. 다만 10대 그룹 중 LG그룹과 롯데그룹, GS그룹은 연결 현금보유액이 줄어들었습니다. LG그룹은 연결 현금보유액이 13조70억 원으로 전년보다 90억 원(0.1%) 소폭 감소했습니다.
롯데그룹도 연결 현금보유액이 8조5510억 원으로 1조1420억 원(11.8%) 줄어들었으며, GS그룹도 2조9940억 원으로 1조400억 원(25.8%)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연결 현금보유액이 2조9060억 원(51.4%) 증가하면서 상위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출자규제 강화를 비롯해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현 정부 들어와 산업 환경이 크게 바뀌고 수출 전선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단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설비투자지수는 16.6%나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KDI 측은 “대부분 투자 지표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선행지표도 투자 흐름의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수출 지표도 좋지 못해 전반적인 경기 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