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가 10월 초 싱가포르에 거래소를 오픈할 계획이라 밝히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 2월부터 ‘업비트 싱가포르’(UpbitSingapore)를 설립하고 김국현 대표를 선임, 싱가포르 암호화폐 거래소 오픈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관련 업계는 두나무의 이번 싱가포르 진출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산업에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적극적인 산업 육성책을 펴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가진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의 고객을 유치하면서 거래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취급 암호화폐의 증가와 유통 활성화를 꾀하며 관련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실제 암호화폐 거래소는 관련 생태계 유지와 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선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P2P(개인간) 플랫폼을 통한 장외 거래 두 가지 방식이 통용된다.
그러나 P2P 거래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원활한 거래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각종 코인에 대한 시세 정보 등 시중 거래소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아보기 힘들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효율적인 측면이 다소 떨어지고 잘못된 정보로 인한 투자 손실도 우려된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다수 이용자들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빠른 거래와 함께 여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이용의 편리함은 물론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또한 ICO를 끝마친 업체들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즉 투자자들은 거래소 신뢰를 기반으로 여러 코인에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 유치를 원하는 업체들도 거래소를 통해 투자 자금 조달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특히 거래소에 상장되면 벤처 캐피탈, 크라우드 펀딩보다 자금 유동성이 높아진다.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벤처 캐피탈이나 크라우드 펀딩보다 자금 조달 규모가 더 크다는 평가다.
두나무의 이번 싱가포르 진출은 거래소의 이같은 역할 속에서 국내 암호화폐 1위 거래소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던져주는 모습이다. 두나무의 업비트는 설립 3개월 만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1위 거래량에 등극하기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시장에서 탄탄한 기술력이 고객 니즈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간접 증명한 것이다.
한편 업비트의 이번 싱가포르행이 다른 국내 거래소의 해외 진출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부 당국도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방관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산업의 해외 러시는 해당 산업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과 고용 창출 효과, 세수 증진 등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국내 거래 환경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기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 해외 거래소 직접 진출을 선택하게 됐다”며 “거래소의 기본 역할은 기존 실물 경제와 암호화폐 경제의 다리 역할이며, 싱가포르 업비트 거래소는 국내와 글로벌 시장의 다리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에도 적합한 규제가 만들어져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