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송금서비스 업체 모인이 신청한 규제안 해제에 대해 정부가 또다시 심의를 미뤘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제4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모인이 신청한 암호화폐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 허가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모인의 신청이 벌써 7개월째나 미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ICT 규제샌드박스 설립 취지를 반영해 심의는 무조건 두 달을 넘지 않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정부 입맛에 맞는 규제만 두 달을 넘지 않겠다는 공언이었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상위 기관의 눈치를 심하게 살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이 암호화폐 산업에 부정적 기조를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자체 결정할 힘이 전혀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명했습니다. 업계에선 모인의 심의가 이번에도 미뤄진 것은 상위 기관들이 여전히 부정적 스탠스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판단입니다.
모인은 해외송금에 특화된 스텔라 프로젝트가 사용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 시중은행보다 수수료를 크게 낮춘 해외송금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저렴한 수수료는 물론 스위프트망보다 훨씬 빠른 처리까지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우려하는 자금 세탁 등 범죄 악용 소비에 대해선 방지책을 마련 등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에 맞는 투명한 운영을 약속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계 부처의 협의가 그렇게 필요하다면 ICT규제샌드박스라는 이름부터 고쳐야하지 않겠냐”며 “ICT 주무부서는 과기정통부인데 같은 이유만 대는 것은 문 대통령 지시에 어쩔 수 없이 ICT규제샌드박스를 맡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격”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특히 과기정통부 소속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모인이 내세운 것과 비슷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송금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암호화폐 노이로제’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이날 앱 기반 택시 동승서비스 ‘코나투스’는 합승 서비스 신청이 조건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에 동승 구간이 70% 이상인 승객에 한해 중개를 허용합니다. 사용자는 밤 10~12시에는 호출료 2000원, 0~4시까지는 3000원을 각각 지불하면 됩니다.
심의위는 강남·종로·영등포 등 서울 주요 도심 중 택시 승차난이 심각한 지역에 한해 실증특례를 부여했습니다. 기사가 임의로 승객을 태우는 행위인 합승은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공유경제 서비스인 ‘B2B 공유주방 플랫폼’도 실증특례를 부여했습니다. 다양한 주방 시설을 대여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공유주방에 대해 위생관리 책임자가 운영하고 품질검사 등이 수반하는 조건에 B2B 시장에 한해서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택시 앱미터기는 심의가 유보됐습니다. 미터기 유지관리비를 절감하고 여러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동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웠으나 국토교통부에서 현재 관련 규제 개선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