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3%p 낮추는 등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미중 무역전쟁과 최근의 일본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은은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연 1.75%인 기준금리를 0.25%p 하향 조정한 1.50%로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단행된 하향 조정입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판단입니다.
또한 한은은 올 경제 성장률을 2.2%로 낮게 잡았습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이달 2.6~2.7%에서 2.4~2.5%로 낮춰 잡은 수치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한은의 예상대로 올해 성장률 2.2%가 실현된다면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9년의 0.8%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민간에서는 2.2% 달성도 힘들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실물경제 성장세가 약화됐고 설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수출과 투자도 낙관적이지 않은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가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은 실물경제 회복을 목표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금리를 낮춘 만큼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은 갖췄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발표가 시장에 전해짐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예상 밖의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기준금리 인하에 상승 여력을 보여야하나 전날에 이은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입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37p 낮아진 2066.55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예상보다 금리를 빠르게 내렸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부터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대다수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낼 것이란 우려감에 금리 인하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한은이 전망한 올 성장률 2.2%는 지난 1960년대 이후로 네 번째 낮은 수준입니다. 2차 석유파동이 벌어졌던 1980년과 외환위기인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세 번째입니다.
업계 일각에선 이전 세 번의 경험은 외부 요인이 짙었지만 이번은 내부 요인이 문제를 일으켰단 진단입니다. 정부의 각종 실험적 경제 정책과 외교 등이 큰 위기를 몰고 왔다는 비판입니다.
한편 이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보다 1.97%(422.94p) 하락한 2만1046.24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토픽스지수도 2.11%(33.14p) 낮아진 1534.27를 기록했습니다. 닛케이225지수 역시 장중 한때 2만1000선이 무너지는 등 하락세가 완연한 모습입니다. 한은의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인하가 일본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