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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치악산 웅장한 산줄기 아래 강원도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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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치악산 웅장한 산줄기 아래 강원도 원주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1.10.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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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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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 치악산 웅장한 산줄기 아래, 골골마다 행복이 물들어가는 동네 강원도 원주. 서울과 영서 지방을 잇는 관문이자 500년 강원의 수부 도시로, 오랜 시간 수많은 인생사가 모이고 흩어졌던 곳이다.

이번 주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가을이 짧아서, 더없이 귀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는 강원도 원주를 천천히 걸어본다.  

▶ 수직의 치악산, 수평의 길이 열리다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치악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전국 3대 악산 중 하나인 치악산. 아무나 오를 수 없는 험난한 산에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순한 둘레길이 지난 5월, 완전 개통했다. 짙어가는 가을빛 따라 둘레길을 걸으며, 치악산 아래 굳세고 씩씩한 이웃들이 사는 강원도 원주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 황골 엿 마을 모녀의 끈끈한 모정   

치악산 서쪽, 척박한 산비탈에 몸 붙이고 살 비비며 사는 동네, 황골. 예로부터 변변한 농토가 없어, 집마다 옥수수로 엿과 엿 술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이어온 곳이다. 마을의 최고참, 94세 이현순 어머니도 열다섯 어린 나이에 시집와 오 남매를 기르느라, 70년 넘게 부뚜막 앞을 떠나지 못하셨다. 손마디가 휠 정도로 엿을 고아, 재를 넘어 팔러 다니던 고된 세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고생스러운 엿을 이어받은 셋째 딸. 자식 키우는 어미의 마음은 매한가지인지라, 어머니는 딸이 안쓰럽지만 만류할 수도 없는 일. 그저 곁을 지켜주는 일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오늘도 엿 고는 가마솥 앞에 앉은 모녀. 모진 세월은 푹 끓여 녹여버리고 꿋꿋한 모정만 남겨 엿을 끓이니, 그 달콤함을 세상 어느 것에 비할 수 있을까. 

▶ 자유시장 손 만두 골목, ‘칼만’을 아시나요? 

강원도라는 지명이 강릉과 원주의 첫 글자를 따서 유래한 것처럼, 원주는 예나 지금이나 강원도의 큰 도시다. 배우 김영철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중앙동 자유시장으로 향한다. 1960년대 군복, 미국 제품을 팔던 난전으로 시작해, 상가형 시장이 들어서면서 ‘원주 사람들의 밥집’이라 불리는 먹자골목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건, 어머니들이 일렬로 앉아서 만두를 빚고 있는 손 만두 골목. 30여 년 전, 어머니들이 집에서 김치 쫑쫑 썰어 만들던 만두를 밀가루 보급이 빨랐던 자유시장에 자리를 얻어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단다. 인근 분식집에서 손님이 주문하면 1인분씩 사가서 끓여 파는 독특한 시스템은 이 골목만의 진풍경. 만두 여섯 알에 칼국수 한 주먹은 칼국수 만둣국을 줄인 ‘칼만’ 1인분. 원주 사람들의 소울 푸드, 손 만두 골목의 뜨끈한 ‘칼만’을 맛본다.  

▶ 옛 도심 봉산동의 기억, 모자원

봉산과 원주천에 사이에 소담하게 자리한 동네, 봉산동. 하늘의 상징인 봉황의 기운을 품고 있는 봉산 아래 위치했지만,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50년대 후반, 봉산동은 한국전쟁으로 사망한 군경 간부의 유가족을 위한 보호 시설, 모자원이 조성됐다. 방 하나, 부엌 하나로 된 60여 가구의 판잣집들. 그곳에서 남편을 잃은 전쟁미망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오동지 설한풍 같은 세상 속에서 자식들을 길러냈단다. 쓰라린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 애끓는 세월의 강을 건너왔을 모자원의 기억들. 동네는 그렇게 인간의 생로병사처럼, 흥망성쇠를 겪으며 밝음은 밝음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모든 것들이 그저 흘러가게 둔다. 

▶ 아버지의 유언, 원주 한지 

강원도 원주는 한지의 본고장이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밭이 많았고, 조선왕조 500년의 강원감영이 있던 까닭에 한지마을과 인쇄 골목이 흥했단다. 원주 한지의 맥을 잇고 있는 장응열 장인. 할아버지 대부터 5년 전에 합류한 사위까지 4대째 가업을 이어 한지를 뜨고 있다. 45년째 한지를 뜨고 있는 장인은 자신의 복제인간을 가져다 놓아도 성에 차지 않을 만큼 한지에 있어선 완벽주의자. 하지만 젊었을 땐 한지 일을 배우기 싫어 해외로 도망을 가기도 했단다. 그를 다시 한지의 길로 돌아 세운 건, 아버지의 유언. 아들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가업을 이어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돌아가신 아버지. 그렇게 유언을 받들어 긴 세월 한 장 한 장 한지를 뜨면서 알게 됐단다. 깃털처럼 가벼운 한지 한 장에 담긴 아버지로서의 무게를. 그래서일까, 6년 차 수제자 사위에겐 더 엄한 호랑이 같은 선생님이 된다. 100년 가업을 잇는 장인어른과 사위의 한판 승부! 천년을 가는 한지 뜨는 장서를 만나본다. 

▶ 치악산 귀촌 부부의 나물 밥상  

원주 시내를 나와 치악산의 남쪽 신림면으로 발길을 돌린 배우 김영철. 초록의 나무 사이로 노르스름한 잎사귀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미는 길을 걷다, 고즈넉한 너와집을 발견한다. 20여 년 전, IMF 여파로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치악산으로 들어와 밥집을 차린 부부. 이곳의 대표 메뉴는 ‘나물 밥상’. 오로지 치악산이 내어주는 나물과 직접 기른 작물만 활용한다. 직접 담은 오디 청을 곁들인 샐러드로 입맛을 살리고, 고춧잎, 머윗대 등 제철에 나는 나물들을 최소한의 간으로 맛과 향을 살려 볶고, 집 된장으로 바글바글 끓어낸 된장찌개까지 상 가득 치악산이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데.  특히, 다섯 가지 나물을 말려서 갈아 넣은 산나물밥은 고소하고 향긋한 밥맛으로 인기 만점이란다. 치악산의 사계절을 오롯이 누리며, 나물 밥상을 짓는 부부. 이들에게 치악산은 한차례 실패에 걸려 넘어졌던 부부의 마음을 다시금 일으켜 세워, 절망도 탁탁 털어내 준 어머니 같은 존재다. 

▶ 신들의 숲, 성황림  

대동여지도에도 지명이 나오는 신림(神林) 면은 말 그대로 신이 깃든 숲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이름 붙은 연유에는 오래전부터 이곳엔 치악산 성황신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던 서낭당이 있는 숲, 성황림이 있기 때문인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며 1년 2번 당제를 지내고, 그때가 아니면 빗장을 걸어 잠가 인간의 출입을 통제하는 금단의 숲이다. 그 옛날 호랑이가 나올 만큼 깊고 험한 치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화전민은 척박한 산비탈의 밭 한 뙈기가 희망이었고, 누운 자리가 곧 집이었기에 치악산 성황신이 이 숲에 산다고 믿고, 숲을 지키며 섬겨왔단다. 산밖에 기댈 곳이 없었던 치악산 아랫마을의 신심(信心) 덕분에 숲은 귀한 존재로 살아남았고, 숲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 모습으로 마을을 지킨다. 

▶ 한 우물만 파는 국내 유일 삽자루 부자 

길을 걷다 입구를 지키고 선 대형 삽 조형물을 발견한 배우 김영철. 전국에서 유일하게 강원도 참나무로 국산 삽자루를 만드는 공장이다. 배고팠던 시절, ‘숙식 제공’ 한마디만 듣고 삽자루 공장에 들어가 55년 동안 삽자루라는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유병태 사장님. 7년 전 공장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가 평생 일궈온 국산 삽자루의 명맥을 잇겠다며 아들이 들어와 부자가 함께 만들고 있다. 어떤 세상이 와도 삽은 그 역할이 있다며, 내일 멸망을 해도 한 자루의 삽을 만들겠다는 아버지와 남들에게는 하찮은 물건일지  언 정, 삽자루가 곧 아버지라는 아들. 불도저보다 강한 뚝심으로 한 우물만 파는 삽자루 부자를 만나본다.    

▶ 103세 호호 어머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벼가 익어가는 들녘에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무실동. 배우 김영철은 집 마당에서 깨를 털고 있는 모녀를 발견한다. 어머니 연세는 103세, 무실동 최고령이다. 그 연세에도 깨, 땅콩, 고구마 등 밭농사를 크게 하는 큰딸의 일을 돕고 소소한 텃밭 농사도 손수 지을 만큼 건강하신 어머니. 평생 가르마 한번 타지 않고 곱게 빗어 넘겨 비녀를 꽂는 어머니는 언제나 나팔꽃 같은 미소를 지으시는데. 누구와도 단 한 번 다툰 적도 없이 평생을 행복하게 사셨다고 자부하신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누구나 행복한 삶을 좇느라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 103세 호호 어머니의 단순하고 명쾌한 행복의 비결. 인생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시간을 만난다. 

가을도 인생도 짧아서 더없이 귀한 시간이 모여 사는 강원도 원주. 치악산 아래 사랑이 깊어 행복도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10월 1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40화 행복이 물들다 치악산 동네 – 강원도 원주]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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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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