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이 30년 만에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을 전면 개편한다. 이번 개편은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로,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하며 중소기업 부담 완화와 정부 규제혁신 정책에 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전은 변압기, 개폐기 등 약 1600여 개 중요 전력 기자재에 대해 제조능력과 품질체계 사전등록을 완료한 업체에만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체계적 관리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번 개정은 국민 안전과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위한 품질 검증 체계는 유지하되, 기존 제재 중심에서 예방 및 시정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지침에 포함됐던 등록 정지(3개월~2년)와 등록 취소(재등록 제한 2년) 등 제재 기간은 삭제된다. 국가계약법과 중복되는 제재 사항은 해당 법령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 체계로 일원화한다. 입찰 담합이나 서류 위조 등 공정 경쟁 저해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 적용된다.
또한 변경 승인 의무 미이행, 수시 심사 부적합 등 일부 제재 사유에 대해 소명 및 시정 조치 절차가 신설됐다. 소명 및 시정 요청 후 기한 내 개선을 유도하며, 시정 완료 시까지 관리 조치가 시행된다.
한전은 품질 검증 체계를 계속 유지한다. 품질 미흡 기자재의 경우 재검증 절차를 통해 품질 유지 의무를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전력 기자재가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 설치되어 있어 불량 시 화재, 감전 등 안전사고 위험이 크며, 연간 25만여 건의 전력설비 설치·유지보수 작업에 투입되는 일평균 1만 7900여 명 작업자의 안전 사고 예방에도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정전 발생 시 반도체, 화학, 제조 등 첨단 산업 공장 가동 중단과 데이터센터 장애 등 국가 경제 전반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전력 기자재 품질 확보는 국민 생명 보호와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 보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
한전은 그동안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을 통해 주요 전력 기자재를 대상으로 서류·현장 심사와 공인 시험기관 인정 시험을 시행하며 엄격한 품질 관리를 해왔다. 2006년부터 품질 등급제를 도입해 하자율, 고장률, 검수 불합격률 등을 기준으로 공급사 품질 수준을 평가하고 있으며, 우수 공급사에 납품 검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하위 공급사에는 장기 신뢰성 검증을 위한 성능 확인 시험을 시행해왔다.
이러한 품질 관리 노력은 국내 전력 기자재 기업들의 제조 공정 개선, 품질 관리 강화, 기술 개발 투자 확대를 이끌었다. 그 결과 국내 전력 기자재 품질 경쟁력과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됐고, 2025년 북미 지역 중심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향후 5~6년 동안 국내 전력기기 상장사들의 수주 잔액은 40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는 한전의 엄격한 품질 관리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부담 완화와 상생 협력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배전 기자재 공급자의 필수 인력 보유 기준을 합리적으로 완화해 인력 운영 부담을 경감한다. 직접 생산 확인 기준 위반에 따른 재등록 제한 기간은 기존 일괄 1년에서 3개월과 1년으로 차등 적용해 과도한 불이익을 방지한다. 또한 최초 1회에 한해 배전 기자재 성능 확인 시험 비용의 50%를 지원해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김동철 사장은 “전력 기자재 품질은 국민 안전과 AI 시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해 중소기업 부담을 덜고 상생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번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 개정안을 4월 중 사전 공개한 뒤, 업계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확정 및 시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