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news/photo/202610/mn_616548_20261017092812_2.jpg)
[CBC뉴스]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 인간이 직접 쓴 글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AI 모델 학습에 적합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헌책방과 중고 서점에서 대량의 종이책을 사들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미국,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며, 이제는 낡은 책 한 권이 AI 시대의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종이책 확보 경쟁은 AI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 방식 변화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인터넷상의 방대한 정보를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AI 등장 이전에 집필된 책, 특히 2022년 챗GPT 공개 이전에 출간된 책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AI가 생성한 문장이 섞이지 않은, 순수하게 인간이 쓴 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절판되어 전자책으로도 구할 수 없는 도서의 경우, 실물 중고책을 구입해 스캔하는 것 외에는 텍스트를 얻을 방법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과 아일랜드의 중고 서점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구매자들이 주제와 상관없이 대량 주문을 넣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철학, 역사, 의학 등 전문 분야 서적이 헌책방에서 대량으로 팔려나가면서 AI 개발사가 학습용으로 구매해 스캔 후 폐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니혼TV는 일본의 한 대형 도서 유통업체 자회사가 미국으로 50t, 약 10만 권의 책을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서적출판협회는 일본출판판매가 미국 앤트로픽에 대량 판매했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미국에서는 AI 기업의 종이책 대량 구매, 스캔, 폐기 관행이 저작권 문제를 넘어 시장 경쟁과 지식 자원 보존 논란으로 이어졌다. 앤트로픽의 '프로젝트 파나마'는 작가들의 집단소송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2024년 초, 구글 북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톰 터비를 영입해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수만 권 단위로 책을 사들여 수백만 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파괴식 스캔' 방식이 사용됐다. 책등을 절단기로 자르고 낱장으로 만든 뒤 고속 스캐너로 읽은 후, 남은 종이는 재활용 처리하는 방식이다. 아마존 역시 대량의 책을 구매해 AI 학습용으로 스캔한 후 폐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적 쟁점도 불거졌다. 미국 법원은 2023년 6월, 합법적으로 구매한 책을 스캔해 AI 학습에 활용한 행위는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앤트로픽이 해적판 도서 사이트에서 수백만 권을 내려받은 부분은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으며, 현재 양측은 최대 15억 달러 규모의 보상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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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논쟁의 초점은 도서 파기와 시장 경쟁 문제로 이동했다. 미국의 18개 단체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AI 기업의 대량 책 구매 및 파기 관행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자본력이 큰 기업이 핵심 자료를 독점하면 경쟁사의 비용이 증가하고, 일부 책은 마지막 남은 사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희귀본이나 고서를 파기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미국 시사지 리즌은 출판사가 책을 재출간할 수 있으며, AI 기업이 책값을 올렸다는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에서도 AI 학습용 저작물 이용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3월, 관계 부처에 법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창작자의 동의를 존중하면서도 기업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 학습 데이터 공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음악 저작권 단체 등은 면책 규정 도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AI 기업들이 헌책방까지 뒤져가며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상황은, 각국이 보유한 고유한 지식과 기록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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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