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한 시대의 아버지가 떠났다. 그가 남긴 것은 수많은 드라마의 장면만이 아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저녁의 풍경,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던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누군가의 입에서 시작돼 온 동네를 웃게 했던 오래된 이야기까지 그의 이름과 함께 남았다.
국민배우 최불암이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별세 소식 앞에서 많은 이들이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을 떠올린다. 정의로운 형사의 눈빛과 가족을 품어주던 아버지의 목소리. 그 익숙한 모습들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삶과 함께했다.
그런데 그를 추억하다 보면 조금은 뜻밖의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최불암 시리즈’다.
한때 대한민국 곳곳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웃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린 자리에서 누군가 “최불암이 말이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그 이름 뒤에는 늘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불암 시리즈는 1980~1990년대 대중 사이에서 널리 유행했던 유머다. 실제 배우의 행동이나 발언과는 관계없는 허구의 이야기였지만, 그의 이름이 워낙 친숙했기에 사람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중에는 극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최불암이 한 여배우와 극장에 갔다. 영화를 보던 중 팔짱을 껴도 되겠느냐고 물었지만 여배우는 그의 뜻을 오해했다. 몇 차례 같은 질문이 오간 끝에 여배우가 마침내 허락하자 최불암은 춥다며 혼자 두 팔을 교차해 팔짱을 꼈다.
상대방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였다.
버스에서 한 남자가 실수로 발을 밟고 영어로 사과하자 그 말을 엉뚱하게 받아치는 이야기도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음악의 곡명을 묻는 질문에 고기의 종류를 답하는 유머, 버스 하차벨을 누르지 못해 직접 벨 소리를 흉내 내는 이야기도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졌다.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소박한 웃음이다.
최불암은 오랫동안 무게감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수사반장’에서는 불의에 맞서는 형사였고, ‘전원일기’에서는 가족과 이웃의 삶을 지켜보는 어른이었다. 그가 보여준 연기는 때로 엄격했고 때로 묵직했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대중은 그런 그를 존경하면서도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끼지 않았다.
그는 텔레비전 속 유명 배우였지만 동시에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아버지였고, 마을 어귀에서 만날 것 같은 어른이었다.
최불암이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한 시대의 연기이자, 한 시대의 삶이며, 한 시대의 따뜻한 기억이다.
[기사에 소개된 유머는 실제 고인의 행동이나 발언과 관계없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기사 작성 과정에서 AI의 조력을 일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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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정종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