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사 주소만 옮기는 꼼수 막고 '지역 기여도' 연계한 정교한 세제 혜택 설계 필요
⋅ 산업 기반과 지역별 비교우위 산업 결합한 맞춤형 투자 정책으로 자생력 갖춰야
[CBC뉴스] 지방시대를 판단하는 기준은 내려간 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지역에서 새로 만들어진 민간 일자리와 투자 규모여야 한다. 공공기관이 이전해도 기업의 의사결정권과 연구개발 기능, 자본이 수도권에 남아 있다면 지역경제의 자생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 지방 이전을 요청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지역 투자를 경영상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도록 국가의 세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논의의 핵심은 지방기업의 세금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감세의 대가로 무엇이 지역에 남는지를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본사 간판과 법인등기 주소만 이전한 기업과 경영진, 연구조직, 생산시설, 상근인력까지 옮긴 기업에 같은 혜택을 제공해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본사 소재지에 따라 법인세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 방식의 한시적 지원을 넘어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수도권 입지를 검토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 올라가 있지만 아직 시행 법률은 아니다.
이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발전하려면 세제 혜택의 기준을 ‘소재지’에서 ‘지역 기여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지방 본사에서 근무하는 인원의 비율, 주요 경영진과 의사결정 조직의 이전 여부, 신규 설비투자, 연구개발 인력, 지역대학 출신 채용, 지역기업 조달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도 수도권 밖으로 본사를 이전한 기업의 감면 대상 소득을 계산할 때 이전 본사의 근무인원과 투자 규모 등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한 주소 이전만으로 감면을 전부 받을 수 없도록 일정한 실질 요건을 둔 것이다. 윤 의원의 차등 법인세 구상이 구체화된다면 이러한 실질 요건을 더욱 정교하게 연결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세제 지원을 일종의 ‘지역투자 계약’으로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기업이 본사 기능과 투자, 고용 계획을 제출하면 정부가 일정 기간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매년 이행 실적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고용이나 투자가 약속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다음 연도 혜택을 줄이고, 본사 기능을 다시 수도권으로 옮기면 감면액 일부를 환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가업승계 제도도 같은 원칙에서 접근해야 한다. 윤 의원이 발의한 관련 개정안은 장기간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가업승계 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일정 기간 안에 수도권으로 복귀하면 세금을 다시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제 규모 확대보다 중요한 대목은 혜택과 지역 정착 의무를 함께 묶으려 했다는 점이다.
경영권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시기는 기업이 사업구조와 생산거점, 본사 위치를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때 세제 지원을 단순한 상속·증여 부담 완화로 끝내지 않고 지방 투자와 신규 고용, 연구개발 조직 설치에 연결한다면 가업승계 정책도 국가의 공간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첨단산업 투자는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반도체나 이차전지, 바이오와 같은 산업은 세액공제만으로 입지가 결정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산업용 부지, 물류망, 협력기업, 전문인력 확보가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비수도권 투자세제는 지역별 산업 여건과 함께 설계돼야 한다. 반도체 시설을 유치할 지역에는 전력과 용수를, 우주항공 거점에는 시험·인증 기반을, 바이오 거점에는 병원·대학·연구기관과의 연계체계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산업 기반이 없는 지역에 세금 혜택만 제공하면 기업의 최종 투자 결정을 끌어내기 어렵다.
지역마다 모든 산업을 나눠 갖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지방시대는 사업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정책이 아니라 각 권역이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경제권을 구축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동남권은 제조·물류·원전·우주항공, 충청권은 반도체·연구개발, 호남권은 에너지·미래모빌리티처럼 기존 산업 기반을 확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과도한 감면 경쟁을 막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기업 주소만 옮기고 국가 전체 투자와 고용은 늘지 않는다면 균형발전 효과보다 세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중앙정부가 최소 투자액과 고용인원, 유지기간, 환수 기준을 정하고 지역은 산업 여건에 맞는 추가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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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