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 시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news/photo/202608/596353_407852_440.jpg)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는 선박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news/photo/202608/596353_407853_442.jpg)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앞서 미국에 대해 역내 미군 철수, 전쟁 피해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 등 6가지 조건을 내걸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은 오만과의 협상에서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해협 개방 여부는 미국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이란이 제시한 조건은 기존 미국과 이란이 맺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보다 더욱 엄격하다. 당시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선 개방하고, 이란의 태도 변화에 따라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며, 핵 문제는 추후 논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란은 재개방의 전제 조건으로 제재 해제와 미국의 행동 변화, 그리고 전쟁 피해 배상 등을 요구하며 기존 합의보다 한층 높은 문턱을 세웠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6개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그가 밝힌 조건은 ▲이란의 국가적·종교적 가치에 대한 위협 및 모욕 중단 ▲레바논·팔레스타인·예멘·이라크 등 이란 동맹에 대한 공격 중단 ▲해상 봉쇄 해제와 미군 철수 ▲두 차례 '침략 전쟁'에 따른 피해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 ▲동결 자산의 무조건 해제 등이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해협은 재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변인인 호세인 모헤비는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역내 협상에 간섭하지 않아야 해협 개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오만과의 협상이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전했지만, 해협 재개방은 미국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위반에 대한 배상 등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란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데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강경파의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내 협상파인 외무장관과 대통령은 미국과의 타협을 모색했으나, 강경파가 장악한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더욱 구체적이고 급진적인 요구를 공식화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강경파 군부 세력인 IRGC가 전 세계 에너지 공급 흐름과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의에 장애물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해협 통항량은 전쟁 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하루 평균 10척에 불과해, 전쟁 전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과 오만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기대와 달리, 이란의 추가 요구로 인해 해협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과 미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미국 측에서도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CNN은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최근 수 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에게 이란과의 전쟁에서 벗어날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합의 의사를 내비쳤으나, 이란의 새로운 조건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해협 인근에서는 군사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자국 선박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며 배후로 IRGC를 지목했고, 오만은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란 강경파에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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