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2024년 3월, 더뮤즈엔터테인먼트라는 낯선 이름의 소속사에서 5인조 걸그룹 하나가 조용히 데뷔했다. 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로 구성된 리센느(RESCENE)다. 그룹명은 장면을 뜻하는 씬(Scene)과 향을 뜻하는 센트(Scent)를 결합한 조어로, 향기가 기억을 되살리듯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에 오래 남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데뷔 당시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타이틀곡 러브 어택은 발매 직후 멜론 일간 차트 904위에 그쳤다. 대형 기획사가 케이팝 시장을 사실상 과점한 상황에서, 이름도 낯선 중소 걸그룹의 노래가 주목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이 조금 넘은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러브 어택은 2026년 여름 멜론 톱100 일간 차트 정상에 올랐고, 뒤이어 내놓은 리메이크 싱글 프리티 걸로는 데뷔 2년 4개월 만에 첫 음악방송 1위 트로피를 안았다. 이후 러브 어택으로도 SBS 인기가요 1위를 차지하며 음악방송에서만 여섯 개의 트로피를 쌓았다.
특히 러브 어택으로 1위에 오르던 당시 리센느는 방송에 출연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1위 후보로 함께 오른 아이오아이와 스트레이 키즈를 제치고 트로피를 가져가며 화제성이 방송 출연 여부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2026년 7월 걸그룹 개인 브랜드평판에서는 멤버 원이가 장원영, 카리나 등 대형 기획사 소속 톱스타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리센느 멤버 전원이 상위 13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팀 단위 브랜드평판에서도 리센느는 아이오아이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아일릿보다 앞섰다. 무명에 가깝던 그룹이 어떻게 이런 반전을 만들어냈는지, 그 흐름을 짚어본다.
향과 장면, 데뷔 초기의 정체성
리센느는 데뷔 전부터 향이라는 독특한 키워드를 내세웠다. 프루스트 효과라는 심리학적 개념, 즉 향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이론을 음악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앨범마다 저마다의 향을 입히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데뷔 싱글 리씬에서는 플로럴 향을 내세워 선공개곡 요요로는 몽환적인 팝 댄스를, 타이틀곡 어허로는 강렬한 버닝 플라워 콘셉트를 선보이며 여린 이미지와 당당한 이미지를 동시에 담아내려 했다.
이후 미니 1집 씬드롬의 타이틀곡이 바로 러브 어택이었고, 이어 미니 2집 글로우 업, 미니 3집 립 밤을 발매하며 꾸준히 음반 활동을 이어왔다.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첫사랑 엔딩, 스페셜즈 등 여러 작품의 OST에도 참여하며 인지도를 조금씩 넓혀갔지만, 화제성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은 이런 정규 활동보다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였다.
시작은 밈이었다. 리센느의 역주행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거제 야호다. 리더 원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 멤버 미나미와 제나가 출연해 각각 갸루 캐릭터와 경상도 사투리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미나미가 무심코 던진 거제, 야호라는 말이 SNS에서 하나의 밈으로 번졌다.
짧고 중독성 있는 어감에 특유의 친근한 리액션이 더해지면서 관련 클립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숏폼 플랫폼을 타고 빠르게 퍼졌고, 결국 두 멤버는 경남 거제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에 이른다.
이 밈은 단순한 재미 요소로 끝나지 않았다. 밈을 통해 리센느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대중이 자연스럽게 이들의 과거 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2024년 발매곡인 러브 어택이 재조명됐다. 실제로 러브 어택은 2025년 한 차례 1차 역주행으로 일간차트 65위까지 오른 적이 있었는데, 이때는 화제성이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하강했다. 하지만 2026년 여름 거제 야호 밈이 기폭제가 되면서 2년 전 발매곡이 다시 정상까지 밀려 올라가는 이례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간절함의 서사가 팬덤을 결집시켰다
밈 하나가 순위를 뒤집을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음악방송 6관왕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문화평론가들은 리센느의 역주행을 단순한 밈 효과가 아니라 개천에서 난 용 서사로 해석한다. 대형 기획사 아이돌은 노래 한두 곡이 실패해도 고정 팬덤의 지지로 다음 기회를 얻지만, 중소 기획사 아이돌은 첫 곡이 뜨지 않으면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 전에 나온 곡이 다시 살아나 차트 정상까지 오른 사례는 최근 케이팝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실제로 프리티 걸로 첫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을 때 멤버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은 장면, 리더 원이가 팬덤 리마인에게 밤낮없이 투표하고 스트리밍해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전한 장면은 이 서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원이는 이 자리에서 소속사 대표와 식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함께 전했는데, 중소 기획사라는 조건 자체가 오히려 팬덤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성공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만큼, 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응원이 실제로 순위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체감이 강했고 이는 다시 적극적인 투표와 스트리밍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리센느는 컴백 프로모션에서도 팬들과의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디지털 싱글 런어웨이 발매를 앞두고는 사라진 다섯 소녀를 찾는다는 미궁 콘셉트의 참여형 웹사이트를 공개해, 팬들이 직접 스토리를 선택해가며 신곡의 세계관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서울에서 전석 무료로 진행한 스페셜 콘서트 걸 그루브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은 단순히 신곡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팬덤이 그룹의 성장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고 있나
리센느 현상이 케이팝 팬덤 지형에 시사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첫째, 발매 시점의 성적이 곡의 운명을 완전히 결정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데뷔곡이나 타이틀곡이 초기 반응에서 밀리면 사실상 재기가 어려웠지만, 숏폼 콘텐츠와 밈 확산 구조가 자리 잡은 지금은 발매 후 1, 2년이 지난 곡도 예상치 못한 계기로 다시 조명받을 수 있는 채널이 열려 있다.
리센느의 경우 2024년 곡이 2025년 1차 역주행을 거쳐 2026년에야 완전한 정상에 오르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는데, 이는 화제성이 한 번에 폭발하기보다 여러 단계를 거쳐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팬덤 유입 경로가 음악 자체보다 예능형 콘텐츠나 유튜브 라이브 같은 비음악적 접점에서 시작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리센느는 새벽 시간대 유튜브 라이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팬들과 소통해왔고, 거제 야호 밈 역시 신곡 홍보가 아니라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예능 콘텐츠에서 비롯됐다.
음악방송이나 정규 활동이라는 정형화된 홍보 루트 바깥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순간이 오히려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사례가 잘 보여준다.
셋째,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굳어져 가던 케이팝 시장에서 중소 기획사 걸그룹도 여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팬덤 사이에서는 리센느를 응원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명분으로 소비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는 리센느 개별 그룹의 성공을 넘어, 이후 데뷔하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들에게도 화제성만 확보된다면 시간이 지나도 역주행이 가능하다는 참고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화제성은 광고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할리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브랜드 광고 모델을 발탁하면서 리센느를 택했는데, 각 멤버가 지역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과 자신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해온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무명에 가깝던 그룹이 2년 만에 브랜드 최초 모델 자리까지 꿰찬 셈이다. 이는 밈으로 촉발된 대중적 인지도가 실제 소비재 마케팅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
리센느의 다음 과제는 이 화제성을 얼마나 오래 끌고 갈 수 있느냐다. 역주행 신드롬은 대개 특정 밈이나 사건에 기대는 성격이 강해 화제성이 급격히 식을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이미 신곡 프리티 걸과 후속 활동에서도 흥행을 이어가며 일회성 역주행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는 있지만, 이 여세를 다음 신보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과거곡의 재조명에 크게 기대고 있었던 만큼, 앞으로 발표할 신곡이 밈이나 과거 유산 없이도 독자적인 흥행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급증한 화제성만큼 대중적 관심과 논란도 함께 따라붙기 쉬운 만큼, 소속사와 멤버들이 이 관심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지켜볼 변수다. 할리스를 비롯한 브랜드와의 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료 콘서트나 참여형 콘텐츠처럼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활동을 얼마나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반란이 하나의 유행으로 그칠지, 케이팝 팬덤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앞으로 리센느가 보여줄 다음 행보에 달려 있다.

[해당 콘텐츠는 네티즌 어워즈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스타들을 조명한 기사입니다. 네티즌 어워즈는 투표권을 판매하지 않고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투표 기회를 제공하는 온라인 팬 투표 플랫폼입니다. 자본이 아닌 팬들의 자발적이고 꾸준한 참여로 순위가 결정되며, 누적 7700만표는 팬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쌓아 올린 순수 팬심의 기록입니다. AI가 일부 조력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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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정종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