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촬영 권지현]](/news/photo/202608/596226_407575_582.jpg)




프랑스 파리에서 2년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35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몰리에르상 주요 부문 후보에도 오른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가 국내 무대에 정식 라이선스 초연으로 올려졌다. 이 작품은 개막 첫 주에 객석 점유율 99%, 예매처 평점 9.9점을 기록하며 국내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연극은 1959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다. 새로 부임한 교사 존 키팅이 학생들에게 기존의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시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는 과정을 그린다. 조광화 연출이 지휘하고, 톰 슐만의 동명 극본이 원작이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차인표, 연정훈, 오만석 등 세 배우가 각기 다른 매력으로 키팅 선생님을 연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입시 경쟁, 학업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오늘날 청소년과 사회가 겪는 문제를 무대 위에 올린다. 권위주의와 획일적 교육에 대한 비판, 그리고 예술과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극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참교육'의 의미를 관객과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청소년 자살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해와, 자살 예방을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은 현실에서 이 연극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원작의 한계도 그대로 드러낸다. 남성의 자유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성의 존재는 배제되어 있다. 극 중 '죽은 시인회'가 낭송하는 시는 셰익스피어, 월트 휘트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등 백인 남성 작가들의 작품에만 집중된다. 여성과 비백인 작가의 목소리는 무대에서 찾아볼 수 없다. 키팅 선생님과 학생들의 '주체 의식' 역시 중산층 엘리트 백인 소년들의 일탈과 해방감에 국한되어 있다. 195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이 본격화되기 직전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설정은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카르페 디엠'이라는 구호가 남학생 녹스의 일방적인 구애를 정당화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미 연인이 있는 크리스에게 녹스가 집요하게 접근하는 모습이 낭만적으로 그려지며, 극 중 크리스는 결국 녹스의 시 낭송을 들으며 그를 받아들이는 결말로 이어진다. 스토킹처벌법 시행과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현재, 이러한 장면은 동시대 관객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원작 극본을 충실히 따르는 만큼, 시대적 한계 역시 고스란히 무대에 재현된 셈이다.
캐스팅에서는 신예와 베테랑 배우가 조화를 이룬다. 닐 페리 역에는 김락현, 이재환, 찬희(SF9)가, 토드 앤더슨 역은 김태균, 문성현이 맡아 각자의 개성으로 인물을 표현한다. 지난 2일 공연에서는 오만석 배우가 코믹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키팅 선생님을 소화했고, 이재환 배우가 닐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찰리 달튼 역의 이탁수 배우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영화처럼 다양한 공간을 압축해 보여주는 무대 디자인과,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 등 OST를 만든 이동준 음악감독의 음악이 어우러져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연은 9월 13일까지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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