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news/photo/202608/596237_407596_5333.jpg)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news/photo/202608/596237_407597_5335.jpg)
![영화 '오디세이' 촬영 현장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news/photo/202608/596237_407598_5337.jpg)
![영화 '오디세이' 속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news/photo/202608/596237_407599_5338.jpg)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는 서양 문학의 시초로 손꼽힌다. 이 작품들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며,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TV 프로그램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과 계속 만나고 있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 역시 이러한 고전의 영향력과 현대적 해석을 보여주는 사례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된 프랑스·일본 합작 애니메이션 <우주선장 율리시스>와 1954년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 <율리시즈(Ulysses)>를 통해, 이미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우주선장 율리시스>는 고대 신화를 우주라는 미래적 무대로 옮겨왔고, 사이클롭스를 기계 생명체로 변형시키는 등 원작의 핵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배경과 인물을 새롭게 해석했다. 한편, <율리시즈>는 당시 TV 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과 함께 시청하던 추억을 남겼다.
오디세우스(Odysseus)와 율리시스(Ulysses)는 사실 같은 인물로, 그리스어와 라틴어·영어권에서 각각 다르게 불린다.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전쟁이 끝난 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Polyphemus)와 맞닥뜨린다. 포도주로 거인을 취하게 한 뒤 불에 달군 말뚝으로 눈을 찌르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 귀향길이 더욱 험난해진다.
최근 극장에서 <오디세이>를 관람하면서, 과거 TV 앞에서 만화영화를 기다리던 기억과 아버지와 함께 보던 영화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한 SF 만화나 모험 영화로만 여겼던 이야기들이, 지금 다시 마주하니 오디세우스의 고난과 귀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특히 율리시스의 아들 텔레마커스 등 세부 설정까지도 애니메이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영화 <오디세이>를 보면서 나홍진 감독의 <호프>도 생각났다. <호프>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공포와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오디세이>에서 동굴 속 괴물과 마주하는 장면이 이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두 작품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다루는 방식에서 유사한 점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오디세이>를 통해 오디세우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초래한 비극과 참상을 마주하며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신적 존재들이 그의 죄책감과 이성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환영처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의 승리가 사실은 수많은 죽음 위에 세워진 비극임을 깨닫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은, 전쟁 영웅의 이면을 보여준다.
고난 끝에 칼립소에게 붙잡혀 7년을 보내며 망각에 의지하는 장면은, 현대인이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기대는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가족, 고향,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일깨워주는 존재는 끝내 잊을 수 없는 가치로 남는다. 영화 속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한 가정의 가장이 겪는 성장과 자기 회복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결국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신화의 세계가 아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 변화했음을 이번 영화를 통해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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