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시장의 논의는 ‘가격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보다 ‘왜 지금 이 정도의 변화가 가능해졌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단기 반등이 반복됐던 과거 사이클과 달리, 이번 흐름은 수요 구조·기술 포지션·가격 전가력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 같은 인식 전환의 출발점은 메모리 고정거래가격 협상의 시점 변화다. 2026년 1분기로 예상됐던 협상이 2월 이후로 이월되면서, 가격 조정이 단발성이 아니라 누적 형태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수요 회복이 단순한 재고 보충 국면을 넘어, 중장기 공급 구조 변화에 대한 선반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시사한다.
IM증권이 2월 발간한 삼성전자 리포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가격 상승률을 해석한다. Legacy DRAM과 NAND 가격 전망은 단순한 비율 계산이 아니라, 공급 측 제약과 수요 측 고착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을 전제로 한다. 미세공정 전환 속도 둔화, 신규 증설 부담,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전환이 맞물리면서, 과거처럼 가격 상승이 빠르게 되돌려지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구조는 실적 레버리지 확대의 핵심 배경이 된다. 이번 국면에서 삼성전자의 이익 개선은 출하량 증가보다 가격 전가력 회복에 가깝다.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고정비 비중이 높은 메모리 산업 특성상 영업이익률은 비선형적으로 개선된다. 2026년 1분기 이후 예상되는 실적 급증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구분된다. HBM 분야에서의 공정 조합 변화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고객사 선택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ore DRAM과 Logic Die의 공정 세대가 동시에 상향될 경우, 속도·전력·안정성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가 협상력과 공급 지속성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NAND 시장 역시 기존의 범용 저장장치 중심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KV Cache 저장 수요는 단순 용량 확장이 아니라, 고신뢰·고속 접근이 가능한 eSSD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는 가격 탄력성이 낮고,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수요라는 점에서 기존 PC·모바일 중심 수요와 성격이 다르다. NAND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구조적 수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일방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2분기 이후에는 메모리 BOM 비용 부담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공정 고도화와 소재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가격 상승분이 전부 이익으로 전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업황은 ‘확장 국면’에서 ‘검증 국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밸류에이션 논리 역시 이와 연결된다. 수익성이 회복되고 자본 효율성이 개선될 경우 과거 고점 수준의 주가순자산비율이 다시 논의될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숫자 적용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면이 일회성 슈퍼사이클인지, 아니면 AI 인프라 확산에 기반한 구조적 성장 국면인지에 따라 시장의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결국 현 시점에서 투자 판단의 핵심은 목표주가가 아니라, 메모리 가격 상승의 지속 가능성, 기술 경쟁력의 실질적 체력, 비용 구조의 전이 속도를 동시에 점검하는 데 있다. 단기 주가 변동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흐름이 과거와 같은 순환 반등인지, 아니면 구조 자체가 달라진 새로운 국면의 초입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2월 삼성전자 리포트를 포함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나 수익 보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업황은 수급·기술·정책 변수에 따라 급변할 수 있으며, 투자 판단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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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김민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