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60조원 규모로 평가받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한국이 고배를 마셨다. 업계에서는 잠수함 자체의 성능 경쟁력보다는 캐나다와 독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 관계와 전략적 판단이 최종 결과를 좌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에서 기술적 측면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뒤지지 않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36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이미 건조와 운용 실적을 확보한 플랫폼이다. 선행 모델인 도산안창호함은 진해에서 괌과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까지 약 1만4000㎞를 항해하며 장거리 작전 능력과 캐나다 해군과의 상호운용성을 입증했다.
반면 TKMS가 제안한 212CD형 잠수함은 차세대 전투체계 등을 적용한 설계안으로, 아직 실물이 없는 상태다. 한화오션은 실적과 납기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TKMS는 독일·노르웨이 발주 물량 일부를 조정해 당초 계획보다 2년 앞선 2034년 첫 4척을 인도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보완했다.
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전략적 요소였다. 독일과 캐나다는 NATO 핵심 회원국으로 안보 협력을 이어온 데다, 공동 사업 파트너인 노르웨이 역시 같은 동맹국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TKMS 플랫폼은 북극 해역 운용에 적합하고 NATO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춰 통신과 정보 공유, 연합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며 "NATO 회원국 잠수함의 3분의 1 이상이 TKMS에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업은 캐나다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캐나다 기업의 유럽 공급망 참여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면 캐나다로서는 NATO 내 상호운용성과 동맹국과의 협력 관계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2035년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신형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사업이다. 잠수함 건조 계약만 약 20조원, 향후 30년간 유지·보수·정비(MRO)를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총력 지원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2026년부터 2044년까지 700억 캐나다달러(약 75조원) 이상의 교역·투자와 연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또한 PCL 건설, 블랙베리, 온타리오 조선소 등 현지 기업과 기관 67곳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현지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
정부도 수소 화물트럭 생산과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이른바 '프로젝트 비버'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잇달아 캐나다를 방문해 지원 활동을 벌였고, 현대차그룹도 수소차 생산공장과 충전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독일 역시 현지 공급망 확대와 기술 이전, 산업 생태계 조성을 앞세워 맞섰다. TKMS는 캐나다 특수강 업체 발브루나 ASW와 차세대 잠수함용 특수강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독일 정부는 사업을 통해 86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GDP 증가와 65만 개 이상의 잡이어(Job-year)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록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한화오션이 거둔 성과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를 제치고 TKMS와 함께 최종 숏리스트에 오른 것은 한국 잠수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잠수함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조선·방산업계가 이제 독일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한국 잠수함 산업이 글로벌 메이저 시장에 본격 진입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우리 저력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이번 경험이 기술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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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