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정부가 대미 투자 협상에서 원전 사업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국회 보고와 사업 발표가 연기됐다.
산업통상부는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예정됐던 국회 보고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호 사업 양해각서(MOU) 서명과 프로젝트 발표도 당초 계획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국회 보고 일정은 21일 또는 22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야당 측에서는 추석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방식이다. 한미 양국은 미국에 건설할 대형 원전 8기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2기는 한국의 APR1400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가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받았으나, 미국 측은 자국 원전업체의 입지 약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사업과 더불어 웨스팅하우스 지분 및 의결권 문제도 논의 중이다. 한국 측은 체코 원전 수주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해외 원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웨스팅하우스 지분 20% 안팎과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 의결권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의결권 없는 5~10% 수준의 소수 지분만 허용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 사업 투자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은 대미 투자 협상 과정에서 미국 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파이로프로세싱 사업에 한국 측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온의 용융염에서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해 우라늄과 초우라늄 원소를 회수하는 건식 재처리 기술로, 미국에는 지난해 기준 9만5천톤이 넘는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다. 정부는 이 사업에 추가 자금이 투입될 경우 전체 투자 규모가 지난해 합의한 2천억달러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 사업을 핵농축 문제와 연계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이밖에도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전력 수요처 보증,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편입 여부, 사업별 수익·손실 배분 등도 협상 테이블에서 쟁점으로 남아 있다.
투자금 송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불거졌다. 미국 측은 연말까지 100억달러 안팎의 현금을 송금할 것을 요구한 반면, 정부는 이달 중 22억달러 이상을 송금하고 내년부터 연간 최대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투자 집행을 검토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100억달러 선불 요구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대미 투자 발표 일정이 미뤄진 것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있다기보다 국내 절차적 문제를 좀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투자 송금 규모와 시기, 1호 사업 발표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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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