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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 17세기 멕시코의 수녀이자 시인인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의 문학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그녀의 작품 선집 '첫 꿈'은 여성의 지적 능력과 학문적 권리를 옹호한 혁신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다. "만약 여자가 시를 쓰는 것 자체가 악이라면, 여성이라는 나의 존재에 도사리고 있는 악이란 무엇입니까?"라는 그녀의 물음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이번에 출간된 '첫 꿈'에는 그녀의 시와 산문, 희곡 총 34편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필로테아 수녀님에 대한 답신'이다. 이 작품은 여성의 학문 활동을 비판한 주교에게 보낸 서간문으로,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으로 불릴 정도로 당대 사회의 남성 중심적 편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소르 후아나는 이 서간문에서 수십 명의 여성 지식인을 거론하며 여성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는 사회에 맞서고 있다.
또한, 선집의 제목을 딴 장시 '첫 꿈'은 중남미 바로크 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꼽힌다. 975행에 달하는 이 시는 밤이 찾아와 모든 피조물이 잠든 사이, 인간의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 절대 진리를 향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철학과 천문학, 신학을 넘나드는 이 시는 소르 후아나의 지적 탐구와 환멸의 여정을 탁월하게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녀는 현학적 어휘와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을 사용해 '구문론적 수사법'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이 외에도 소르 후아나의 작품은 신을 향한 사랑과 진리를 향한 열망을 담은 '10행시'와 '에피그램' 등을 통해 그녀의 종교적 신념과 사회적 도전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생 성직자들의 견제와 방해에 시달렸던 소르 후아나는 1693년 모든 글쓰기를 중단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사후 19세기 낭만주의의 부흥과 함께 재조명되면서 지적 자유의 상징이자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인정받게 된다.
오늘날 소르 후아나는 라틴계 국가들에서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에 필적하는 문학적 위상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멕시코에서는 '열 번째 뮤즈', '아메리카의 불사조'라는 별칭과 함께 10페소 지폐의 모델로 기념되고 있다. 그녀의 혁신적인 목소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첫 꿈'의 출간은 소르 후아나의 문학적 유산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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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