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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家] 폭력과 전쟁, 계급과 낭만을 통과한 사람들 — 주목할 만한 신간 소설 4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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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家] 폭력과 전쟁, 계급과 낭만을 통과한 사람들 — 주목할 만한 신간 소설 4종
  • 권오성 기자
  • 승인 2026.06.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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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6. 05

"문학이 인간의 삶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회복했다" — 황인찬 시인이 『수평선 너머』를 추천하는 이유

시인 황인찬이 벤자민 마이어스의 소설 『수평선 너머』에 강력한 추천의 말을 보냈다. 황인찬은 추천사에서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문학이 인간의 삶을 구할 수 있다는 그 오랜 믿음을 다시 회복했다"고 밝혔다. 시인이 한 편의 소설에 이토록 선명한 언어로 응답한 것은, 이 소설이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문학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묻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황인찬은 『수평선 너머』를 두고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영국을 배경으로 문학을 통해 진정한 만남을 그려내는 이 소설은, 전쟁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와 겹치며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고 썼다. 전쟁의 포화로 검게 그을린 세계에서 시를 만난다는 것이 기적 같은 일이며, 이 소설은 바로 그 기적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전쟁의 그림자와 자연의 풍광이 교차하는 세계에서 시가 태어나는 것을 목도하는 이야기이며, 탄광촌을 떠나온 소년이 바닷가에서 낯설지만 친절한 어른을 만나 세계를 대하는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이야기"라고 소설의 본질을 정의했다.

 

『수평선 너머』는 1946년 전쟁 직후의 영국을 배경으로, 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열여섯 소년 로버트가 해안가에서 우연히 만난 노부인 덜시와 그해 여름을 보내며 삶의 전환점을 맞는 이야기다. 매일 밤 덜시가 건네는 책들을 읽으며 언어의 힘을 깨달아가는 소년의 과정은, 문학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세계를 열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독일에서 번역 출간되어 100주 이상 슈피겔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30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작품은 《타임스》·리딩 에이전시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됐다.

 

한편 이 소설은 팀 버튼 감독의 뮤즈로 알려진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현재 진행 중이어서, 스크린으로 옮겨질 소년의 눈부신 여름날에 대한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026. 05. 22

“살아왔던 대로가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100주간 유럽을 매료시킨 모던 클래식 『수평선 너머』 국내 출간

『수평선 너머』
『수평선 너머』

『수평선 너머』가 다산북스에서 출간됐다. 독일에서 번역 출간되어 100주 이상 슈피겔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30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소설은, 영국 왕립문학회 펠로우이자 월터 스콧상, 골드스미스상 등 영국 문단의 굵직한 문학상을 두루 석권하며 "현대 영국 문학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작가 벤자민 마이어스의 국내 첫 번역 출간작이다. 황인찬 시인이 강력 추천한 이 소설은 《타임스》·리딩 에이전시 올해의 책, 《옵서버》《가디언》《선데이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아마존 종합 Top 20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 팀 버튼 감독의 뮤즈인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진행 중이다.

 

소설은 1946년 전쟁이 끝난 직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졸업 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열여섯 소년 로버트는 어떤 조바심 속에 무작정 길을 나선다. 푸른 언덕과 너른 들판을 지나 어느 해안가에 이르고, 그곳에서 혼자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노부인 덜시를 우연히 만난다. 자유롭고 재치 넘치며 권위와 관습을 거침없이 비판하면서도 따뜻한 품을 지닌 여성. 로버트는 덜시의 별채 수리를 돕기로 하고 그해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된다.

 

매일 밤 램프 불빛에 기대어 덜시가 건넨 책들을 읽으며 로버트는 언어의 힘을 깨닫고 점차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탄광 외에 다른 삶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소년에게 덜시는 삶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온몸으로 가르치며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 되어준다.

 

부커상 심사위원 맥스 포터는 "이 시대에 이토록 따뜻함과 다정함으로 가득 찬 책을 쓴다는 건 급진적인 일"이라고 했다. 혐오와 냉소가 넘치는 시대에, 아무 대가 없는 친절과 문학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이 소설은 눈부시도록 감각적인 문장으로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증명한다.

 

 

2026. 05. 20

폭력의 기억에 갇혔던 네 여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 김희재 신작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됐다. 2023년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김희재의 신작 연작소설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극찬을 받으며 데뷔한 김희재가 첫 장편 『탱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이 작품은, 폭력의 기억에 갇혀 살아온 네 여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낸 생존의 서사를 담은 연작소설이다. 강화길, 편혜영 두 소설가의 추천사와 함께 출간된 이 책은 출간 직후 독자 리뷰 평점 10점 만점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소설의 표제이자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의 주인공 신영은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랐고, 그 기억을 평생 놓지 못한 채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요양병원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조카 이소만은 끝내 잊지 않는다. 두 번째 이야기 「돌들을 주우러」의 이소는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알루미늄판에 형상화하는 화가로, 흐릿한 기억의 조각들을 재구성하며 자신의 존재 윤곽을 그려간다. 세 번째 「그곳에 두고 온 사람은」의 요양병원 간병인 성희는 직장 내 폭력과 남편의 폭행을 겪고 돌아온 뒤 타인을 돌보는 삶을 선택했고, 네 번째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방법」의 주연은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오래 봉인해 온 비밀을 털어놓는다.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 은유는 '성(城)'이다. 보호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결코 빠져나오기 힘든 감옥이기도 한 그곳에서, 네 여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거나 떠나거나 부수거나 새로 짓는다. 작가는 폭행, 방치, 화재, 죽음이라는 소재를 결코 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사건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폭력이 어떻게 기억으로 변해 삶을 조용히 잠식하는지를 담담한 문장으로 따라간다. 그래서 이 소설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 이전에, 그로부터 자신을 구해낸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가 편혜영은 "삶은 무엇을 기억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끝내 잊지 못하느냐로 이루어져 있다는 듯이" 기억의 뒷면을 더듬는 이 소설을 두고, "어떤 소설은 다 읽은 뒤에 다시 시작된다"고 했다. 이 소설이 바로 그렇다.

 

2026. 05. 19

박경리 탄생 100주년, '이 시대의 낭만성'으로 다시 읽는 박경리 —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세트』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세트』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세트』

다산책방이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애가』, 『표류도』를 새로운 표지로 재구성한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세트를 출간했다. '이 시대의 낭만성'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세 작품을 선별한 이번 기획은 『토지』로 대표되는 거대한 서사 너머 또 다른 박경리 문학의 얼굴을 조명하고, 지금 우리의 감각으로 다시 읽기 위한 시도다. 서정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최산호 작가의 일러스트로 새 표지를 입혔으며, 일상적으로 소장하기 좋은 무선제본으로 기획해 기존 박경리 컬렉션과는 다른 감각을 제시한다.

 

1950년대, 여성 독자의 등장과 함께 연애소설이 범람하던 시기에 박경리는 전형적인 연애 서사에서 벗어난 소설로 자신만의 문학적 위치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은 사랑을 선택하지만 사랑에 종속되지 않으며, 결혼이라는 결과보다 스스로의 욕망을 끝까지 지키는 과정을 중시한다. 사랑이 무용함을 알면서도 사랑을 갈망하고, 삶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끝내 살아가려는 이 낯선 낭만성은 불확실성과 선택의 책임 속에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를 그대로 비춘다.

 

세트의 첫 번째 작품 『김약국의 딸들』은 1962년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된 박경리의 대표 장편으로,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몰락하는 가문과 각자의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다섯 딸의 운명을 그린다. 두 번째 『애가』는 박경리의 첫 장편소설로, 기존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비틀어 사랑에 따른 고통마저 홀로 감당하는 개인의 낭만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세 번째 『표류도』는 전쟁미망인으로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여성 현회를 통해 가부장적 질서와 사회의 이중 잣대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존재를 그려낸다.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낡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소설 속 질문이 한 번도 멈춘 적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끝내 살아가려 하는가.

 
 

2026. 05. 15

“잔혹한 참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서사시” — 세계가 『인 메모리엄』에 보낸 찬사들

출간 직후 독자들이 먼저 발견하고 먼저 퍼뜨린 소설. 『인 메모리엄』은 영미권 문학계 안팎에서 쏟아진 극찬과 함께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전 세계 독자들에게 스며들었다. 소설가 메기 오패럴은 "데뷔작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확신에 차 있고 감동적이며 가슴 저미는 작품"이라고 평했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저자 보니 가머스는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대단한 걸 놓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거대한 비극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젊은 사랑에 대한 감동적 초상화"라며 이 불가능한 균형을 훌륭하게 이뤄낸 작품이 26세 작가의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피플』은 이 소설을 "잔혹한 참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서사시"로 압축했고, 비평가 래브 그로스먼은 "『속죄』와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의 메아리가 들리는 작품"이라고 평해 영미 문학의 계보 안에서 이 소설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하게 했다.

 

가스 그린웰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어떤 기록도 이토록 그 참상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고, 소설가 엘리자베스 데이는 "최근 몇 년간 읽은 최고의 데뷔작"이라며 "몰입감 넘치고 감동적이며 애틋하면서도 가슴 아픈 작품을 나는 이 책을 놀라울 정도로 열렬히 사랑한다"고 썼다.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사랑 이야기에 이만큼 몰입한 것이 언제였을까"라는 한 문장으로 이 소설의 흡인력을 증언했다.

 

소설가 클레어 풀러는 "마치 흑백 사진에 색을 입힌 광경을 보는 듯했고, 과거의 어둠 속에 묻힌 이들도 우리처럼 꿈을 꾸고, 울고, 숨을 쉬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진행 중이며, 한국판은 전문 번역가 이나경이 옮겼다.

 
 

2026. 05. 12

“전쟁이 아니었어도 네가 나에게 키스했을까?” — 전쟁과 사랑, 두 소년의 처절한 갈망을 담은 『인 메모리엄』 출간

『인 메모리엄』
『인 메모리엄』

다산책방이 영국 문단의 가장 강렬한 데뷔작으로 꼽히는 앨리스 윈의 장편소설 『인 메모리엄』을 출간했다. 2023년 워터스톤스 올해의 데뷔작과 올해의 소설을 동시에 수상하고 2024년 올해의 영국 도서상(데뷔 소설 부문)을 받은 이 작품은 『뉴요커』, 『워싱턴포스트』, NPR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기도 하다. 저자 앨리스 윈은 당시 고작 26세였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영국 시골의 명문 기숙학교 '프레슈트'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곤트와 엘우드는 전쟁을 낭만적으로 상상하던 십대 소년들이었다. 곤트는 엘우드를 향한 강렬하고 금기된 감정에 시달리다 충동적으로 입대를 감행하고, 엘우드도 그 뒤를 따라 전선으로 향한다. 따사로운 기숙학교에서 시를 읊던 두 소년이 뛰어든 것은 내장이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하는 참호였다. 전쟁을 향한 낭만적 기대는 처참한 현실 앞에 산산이 부서지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 죽음의 공간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는다.

 

20세기 초, 남성 간의 사랑은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는 사랑”이었다. 소설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완전히 숨겨지지도 않는 그 사랑의 모호한 위치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윈은 학급 신문, 시, 편지 등 다양한 형식을 교차시키며 당시 청년들의 사고방식과 시대적 공기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한편, 전쟁이 언어와 감정, 인간성 자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 소설의 출발점은 사실 로맨스가 아니었다. 저자가 모교 말버러 칼리지의 20세기 초 학생 신문에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십대 소년들의 부고와 추모 시를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그들의 슬픔이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믿음으로 다시 펜을 들었고, 소설은 단 2주 만에 쏟아져 나왔다.

 

출간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영미권 스테디셀러 목록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전쟁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출판家ㅣ출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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