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중국의 저명한 소설가 팡팡이 또 한 번 강렬한 서사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녀의 장편소설 '연매장'이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매장'은 중국 토지개혁 시기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개인의 존엄성이 말살당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연매장'의 이야기는 쓰촨 분지의 작은 마을 촨둥에서 시작된다. 한 젊은 여성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강에서 발견되고, 이후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잊기로 결심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녀는 '딩쯔타오'라는 이름을 짓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과거의 기억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딩쯔타오는 한때 부유한 지주 계급의 여인이었으나, 토지개혁 시기에 가족의 재산을 몰수당하고 큰 비극을 겪는다. 가족들은 자결을 선택하고, 딩쯔타오는 그들의 시신을 땅에 묻는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그녀의 기억 속에 깊이 묻힌 채 살아남는다.
소설은 딩쯔타오의 개인적 비극을 통해 중국 토지개혁 시기의 역사적 아픔을 조명한다. 팡팡은 관 없이 땅에 묻히는 '연매장'이라는 독특한 매장 방식을 통해 과거를 단절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선택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환생 없는 죽음처럼 과거를 완전히 끊어내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상징한다.
딩쯔타오의 남편 우자밍 역시 과거를 숨기고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며, 그녀에게 과거를 잊는 것이 최선일 수 있음을 조언한다. 두 사람의 아들 칭린은 부모의 과거를 알게 되지만, 그들의 선택이 생존을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하고 이를 들추지 않기로 결심한다. 팡팡은 이러한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과거의 고통을 망각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
'연매장'은 비교적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개와 새로운 사연들이 이어지며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팡팡은 간결하고 정돈된 문장으로 딩쯔타오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작품은 중국 내에서 토지개혁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됐으나, 2017년 중국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팡팡은 성역 없는 글쓰기로 널리 알려진 작가로, 코로나19 봉쇄 당시 우한의 참상을 기록한 '우한일기'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팡팡의 '연매장'은 과거의 기억을 망각하고자 하는 인간의 고뇌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존의 의지를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은 역사적 비극을 개인의 이야기로 승화시켜 독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매장'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기억과 망각, 그리고 생존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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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





